하와이 – 11월 2016 – Day 4

오늘은 Diamond Head를 가는 날. 왜 산 이름이 Diamond Head인지를 모르고 그냥 갔다. ‘다이아몬드가 있는 산이겠지’, 하면서. 나중에 올라가보니 내 통밥이 맞았음. 훗…괜히 뿌듯함.

2번 버스를 타고 Kapiolani Community College에서 내렸다. 정류장 건너서에는 KCC Farmer’s Market이 한창이었다. 화요일과 (4-7pm) 토요일에 (7:30-11am) 열리는 야외시장이다. 우리는 산을 왕복한 다음에 시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류장에서 Diamond Head로 가는 길을 표시할 싸인이 한두개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이있던 사람들 몇명을 따라갔는데, 갑자기 선인장 가든이 나오고 이상했다 (‘선인장으로 김치를 담글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버스 정류장에 돌아가서 사람한테 길을 물어봤다. 음, 완전 반대편으로 걸어가고있었었다…

산쪽으로 가는 길에는 한국 공원처럼 여러가지의 야외 운동기구들이 있었다. 우리가 나무에 등 치고, 박수 치면서 뒤로 걸어도 안 이상할 풍경. 근데 이렇게 햇빛이 강한데, 기구들이 쇠로 만들어져있으면 달아서 손이 닿는 순간 피부가 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 순간 어떤 백인 아저씨가 와서 열심히 기구를 쓰셨다. 손에서 연기가 나지 않으셨고, 내 오지랖이 너무 넓다는걸 느꼈다.

언덕이 시작되는 순간, ‘신나’는 드디어 산을 오른다고, 한국에서부터 산 오르는거 너무 좋아하는데, 토론토에 산이 왜 그리 없냐고, 벌써 공기부터 다르지 않냐고하며 신나있었다. 귀여워…

언덕을 오르면 또 땅이 평평해지고,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야한다. 인당 1불. 너무 저렴하다. 하와이는 여행객을 호구로 본다는걸 느낀적이 한번도 없었다.

매표소 아저씨 한명이 줄 두 개를 관리하고 있었다. 우리의 반대편 쪽에는 주차장을 들어가길 기다리는 차들이 길게 서 있었다. 우리는 차 따위 럭셔리한게 없으니 1불만 내면 끝. 우리가 돈을 건낼때 차에 있던 손님이 매표소 아저씨한테 뭐라했고, 아저씨는 “You’ll have to wait. Don’t worry, just wait” (“기다려야 돼요. 걱정마요. 기다리세요”) 라고 답했다. 바로 후, 우리에게 티켓을 주면서 넉살 좋고 여유롭게 소리내서 웃음을 건네주셨다. 우리도 따라서 웃었다. 사실 웃긴건 하나도 없었다. 아저씨는 이 더운 날씨에 밀린 차 줄 때문에 짜증나 있었을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게 보였다. 웃음이란건 웃기다. 전염이 된다. 좋은 병이다.

산이 시작되기전에 스노우 콘을 파는 푸드트럭이 있다. 이 더운 날 산을 오르면서 하와이의 대표적인 얼음스낵을 먹으면 너무 운치있겠다 생각하면서 하나사서 들고 가기로 했다. 레인보우 맛으로 시켰다 (코코넛, 딸기, 바나나맛을 섞어준다). 우리는 나중에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되는데…

20161112_144128 Diamond Head산 입구에 있는 푸드트럭의 레인보우 맛 스노우 콘.

산을 왕복하는데는 길게 잡아서 40분, 보통 30분 걸린다. 돌이 많고 가파라서 무릅, 발목, 허리에 무리가 많이가고 날씨도 더워서 노약자에게는 강비추.

스노우 콘이 처음에는 마냥 시워한고 별로 달지도 않아서 산 오를때 너무 좋은 먹거리였다. 근데 더 가파라지고 울퉁불퉁한 길을 들어가니 콘을 손에 들고 가기 힘들었다. 산의 중간포인트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여기서 버렸어야했다. 아직 많이 남아서 다음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했는데, 다음 쓰레기통은 없다는것이 함정. 쓰레기통이 산 중간에 있는것마저도 대단한거다. 누군가 매일 와서 이 쓰레기통을 비워야하지 않는가?

나중에는 얼음이 다 녹아서 신나랑 나는 냉면국물 들여마시듯이 마셨다. 그냥 아무데나 버리고 싶다는 유혹이 있긴 있었진만 (바위 위에 버리고 간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걸 알아서 귀찮아도 우리는 계속 이 애물딴지를 들고다녔다. 왜 어르신들이 산에 오이를 들고 다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1479343383956.jpg힘들게 걷다가 뒤 돌아보면 보이는 풍경

사람들이 밀리고 빨리 움직여야하니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가다가보면 Diamond가 왜 이름에 있는지 보여주는 터널을 들어가게 된다. 땅에 조명을 설치해서 터널 벽에 반짝이는 보석들이 있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아니겠지? 개념없는 사람들은 파갈려고 할테니…

1479343386047.jpg정상.비좁다.

1479343404949.jpg정상에서의 뷰

정상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좁아서 조금 실망이였다. 정상에서 보이는 뷰보다 오히려 중간 중간에 보이는 풍경들이 묘미다. 걸어갈수록 더욱 더 아름다워지는 뷰 덕분에 계속 걸을 에너지를 받는다.

1479343407885.jpg한번씩 쉬면서 뷰를 즐길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돌아오는길에 쓰레기통이 다시 보여서 드디어 콘을 버리고 지친 다리로 등산을 끝냈다.

20161112_154116.jpg피곤해서 넋이 나간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여기에 화장실도 있고 푸드트럭도 있다. 스노우 콘은 등산 끝나고 먹는걸 추천. 들고 다니기 너무 힘듬.

아쉽게도 우리는 KCC Farmer’s Market이 끝날때쯤 도착했다. 많은 상인들이 마무리 하고있는거만 보았다. 거기서는 구운 자연산 전복도 팔고, 새우구이도 팔고, 밥도 팔고, 꿀도 팔고, 쥬스도 팔고,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보였다. 토요일에는 11시에 마무리 한다. 등산 끝내고 여기 와서 아점 먹는거 추천.

허기 진 배로 엉뚱한데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놓치고 (구글 맵, 너를 믿었는데!), 우리가 내렸던 큰 정류장에서 버스를 다시 기다렸다. 무슨 방향이든 2번 버스는 똑같은 정류장에 온다.

기다리던 중에 어떤 아저씨가 큰 밴을 몰고 정류장 앞에 차를 대기하고 내리셨다. 사람들 앞에 서서 인당 $2만 내면 아무 호텔에 데려다주겠다고, 6명을 모집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아무도 대꾸를 안 했다. 아저씨의 밴을 보니, 택시 차량이라는 표시도 볼수없는 하얀 밴이었다. 개인 택시였다. 실망한 얼굴로 가시더니, 10분후에 또 돌아오셔서 5명만 모여도 좋으니, 인당 2불이면 버스보다 싼거니, 아무 호텔 앞까지 편하게 모실테니, 모여라 하셨다. 이번에도 아무도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실망한 표정으로 아저씨는 또 내려진 어깨로 뒤돌아 가셨다.

버스가 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각각 $2.50을 내고 탔다.

사는건 쉽지않다.

배가 너무 고픈 우리는 언젠가 꼭 가겠다던 Marukame Udon을 가기로 했다.

20161112_165914 blog.jpg 마루가메 우동. 일본에 있는 큰 우동 체인점.

마루가메 우동은 fast food 체인점이 가져야할 세가지 요소를 갖쳤다: 맛있고, 저렴하고, 빠르다.

20161112_170723.jpg일본스러운 모형 디스플레이.

항상 줄이 있는데, 빨리 움직인다. 휴게소처럼 음식을 주문하고 돈 내고 자리 비운곳 찾아서 먹는 시스템. 직원들이 워낙 일을 빨리하고, 사람들도 후루룩하고 자리를 뜨니까 앉을 자리가 없는 일은 없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테이블을 차지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싸인에 써 있다.

20161112_170951.jpg착한 가격. 

우동 한 그릇 가격은 3.75불에서 7.50불 사이.

‘신나’는 스폐셜 메뉴 Nikuzaru Udon을, 나는 몽글한 반숙 달걀이 들어간 Ontama Udon 을 시키겠다고 둘이 대화하면서 침을 삼켰다. 차가운, 뜨거운, 국물, 노 국물의 여러가지 우동들이 있으니 좋다.

20161112_171150.jpg입구에서 보이는 뽑고 삶는 풍경. 그들에겐 일상이겠지만, 열심히 맛있는 면을 만드는 그들은 너무 멋있다...

20분쯤을 기다리니 입장. 앞에 오더를 넣으면 직원들이 콜라보해서 빠르게 우동을 주고, 내가 식판위에 가져다가 튀김을 마음대로 고를수있다. 튀김은 개당 가격이 $1.50쯤이다. 호화스럽게 먹고싶으면 여기서부터 먹심을 발휘하고 지갑을 더 열면 된다. 튀김은 흔한 오징어, 새우, 아스파라거스도 있지만 반숙달걀 튀김, 치쿠와 (긴 일본 오뎅), 하와이안 소세지 튀김도 있다. 난 반숙이 우동에 있으니 달걀 튀김은 패스. 계산대에는 세 종류의 삼각김밥과 두 종류의 무스비도 판다.

20161112_172318.jpgKaraage (닭 허벅지 살)과 새우튀김. 탱글말랑한 ontama가  파 산 뒤에 숨어있다.

20161112_172620.jpg내꺼 한번 더…밑에 ontama 달걀…이삐당.

20161112_172322.jpg‘신나’꺼. 특제 소스가 있는 Nikuzaru udon. 새우와, 감자 고로케 튀김인가?

수저와 튀김 소스는 내가 알아서 가져오면 된다. 다 먹으면 식판 그대로 가져가서 반납하는데가 있다. 시간 낭비를 용납하지 않는, 잘 돌아가는 공장 분위기.

맛은…면빨 하나를 입안에 호로록 하고 씹으면, 면이 통통 튀면서 내 입 안의 볼살을 어루만져주는 느낌. 말캉하고 매끈하다. 국물들도 간이 적당하면서 맛있다. 튀김이나 삼각김밥도 취향대로 추가할수있으니 내 맘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근데 튀김이 갓 튀긴게 아니면 눅눅하다. 이것을 방지할려고 튀김위에 heat lamp도 쬐우지만, 역시 튀김은 방금 튀긴게 진리다. 튀김이 대체적으로 간이 안 돼 있으니, 난 소스에 좀 많이 찍었음. 소스가 걸쭉하고 달콤 짭짤하니, 내가 아는 튀김소스랑 다르다. 진한 데리야끼 소스라는게 더 적합하다.

‘신나’랑 나는 면빨을 드링킹하면서, 서로것도 맛 보면서 오순도순 배 불러갔다.  튀김없이도 우동으로 충분히 배부르다. 근데 튀김이 빠지면 섭섭하지…

다 먹고 나오니 우동집 뒤에 일본 스타일 마차 소프트서브 아이스크림 파는데가 있었다. 배가 불러서 패스. 맛있어 보였다.

버스타고 호텔로 이동. 씻고 쉬다가 윈도우 샤핑 나갔다.

우리 둘 다 캐리어를 꽉 차게 가져왔어서 사 봤자 못 가져 갈걸 알았다. 다 아는 얘기지만, 하와이는 샤핑하기 좋다. 샤퍼홀릭 기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Kuhio Avenue, Kalakua Avenue , Royal Hawaiian Avenue 이 가까운 세 거리만 다녀도 하루가 모자랄거다. 사람들이 차 렌트해서 자주 멀리있는 outlet mall도 가지만, ‘신나’나 나는 패스.

거리에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없었다. 매장이 너무 많아서 인파가 흩어져있는건가?

1479093670930 blog.jpg이렇게 넓은 곳에 사람이 너무 없었다.

저녁에 뭐 먹을까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 인기많은 Cheesecake Factory를 가기로했다. 대기시간이 얼마였지? 1시간이였나? 배가 심심할때쯤에 이름을 맡기면 배고플때 쯤 들어갈수 있다. 우리는 SNS하고 사진 찍으면서 재밌게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 진동하지 않는 우리의 전기 대기표. 들어가서 물어보니 직원이 잘못해서 우리 이름은 당초에 없었다고…슬픔과 허탈함이 섞인 눈으로 직원을 쳐다보니 매니저에게 얘기하겠다고, 기다려달라고했다. 다행이 매니저는 바로 테이블을 줬다. 그것도 넓은 4명짜리 테이블로! 바깥배경이 보이는 곳으로!

인테리어는 Las Vegas 스타일로 호화스럽고 모든게 큼직큼직했다. 그리고 에어컨이 다른곳들보다 심했다. 우리는 탁 트인 문쪽에 앉아서 차가운 바람이 빠져 나가서 오히려 남들보다 덜 추웠다. 돈도 아끼게 좀 덜 틀지…밥 먹다가 얼어죽겠네. 내가 엘사냐?

워낙 사람이 많으니 시끄러운건 당연하다. 서로 목소리 높여서 대화했다. 근데 갑자기 방 한쪽에서 두 아저씨들이 기타 연주하면서 마이크에 대고 노래하기 시작함. 뭥미? 너무 안 어울렸다. 열심히 하셨지만, 사람들은 먹고 대화하기 바빴다. 노래가 끝나면 매너상 박수 쳐주는 사람들이 소수 있었으나, 아무도 음악은 안 듣는 눈치였다. 나도 박수치면서 미안했다. 다음엔 좀 더 분위기 어울리는 곳에서 연주하시기를…

내가 미리 조사한대로, 메뉴는 너무 다양했다. 없는게 없다. 이럴려면 재료, 직원, 쉐프들도 엄청 많이있어야하는데. 과면 맛있게 할수있는지 의문도 가고…중국식당 가서 메뉴에 스시가 보이면 의심이 가는 그 느낌. 웨이터에게 추천을 받고, 각자 Lava Flow 한잔에다가 메인을 시켰다. 난 치킨 벨라지오 (Chicken Bellagio), ‘신나’는…기억이 안 나네…

얼마나 주방이 잘 돌아가는지 뻥 조금 보태서 화장실에서 손 씻고 나오니 음식이 도착해있었다. 주문하고 10분안에 온 것같다.

20161113_004036.jpg너무 컴컴해서 눈치 보면서 플래시 키고 찍었다. Lava Flow! 딸기, 코코넛, 파인애플을 크리미한 슬러시로 만든 술. 술맛은 안남. 술이 들었는지도 의문.

20161113_002934.jpg너무 컴컴해서 음식의 색감을 즐기지 못한다. 왜 이럽게 컴컴하고 추워야하나? 독방인가?

소문대로 음식이 맛있었다. 내꺼는 기름지고 고소하고 바질덕에 향긋하고, ‘신나’것도 맛있었다. 근데 ‘신나’꺼는 먹다보면 너무 기름진 덮밥갈아서 그런지 실증나는 맛이라했다. 그리고 소문대로 양이 많았다. 둘 다 조금씩 남겨서 싸 감. 호텔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심심할때 데워 먹기로 했다.

그 유명한 cheesecake도 takeout했다.  우리는 호박맛!

20161113_120814.jpg음…호텔에 가져왔을때는 생크림이 조금 흘러내렸네…근데 정말 맛있음. 펌킨파이맛의 치즈케익. 꾸덕한 미국식 치즈케익일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드러워서 놀랐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가벼운 스타일. 맛있어!

정말 오랫만에 산을 올랐던 우리 둘은 호텔에서 발 뻗고 음악 듣고 유튜브에서 웃긴 레전드 동영상을 보고 킥킥대다가 잠에 들었다.

Day 5로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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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하와이 – 11월 2016 – Da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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